아주 잠깐, 문득 읽은 영양성분표에 적힌 세마디가 내 몸의 전부가 되는 착각에 빠졌었다. 내가 먹는 것이 살덩이를 구성하게 된다면 이 세가지는 오랫동안 피부와 내장 곳곳에 남아서 지방이 되거나 근육이 되겠지. 그렇게 삼킨 것들이 들러붙은 내장지방처럼 끈적하게 빠지지도 않고 니글거린다면 착각은 손에 잡히는 몸이 될 것이다.
즉흥 퍼포먼스 《정제수, 전란액, 유크림.》은 이시마, 고다연, 배민수 - 세 퍼포머가 서로의 신체를 끊임없이 침범하고 유머화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전반적으로 깔깔거리는 이 즉흥극은 말마따나 즉흥이기에 퍼포머들조차 매 회차 어떻게 진행될 지 알 수 없다.
배우로서의 자신, 인간으로서의 자신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신체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신체를 타인이, 시간이, 체력이 침범할때 경계는 허물어지고 흐물텅해진다. 우리는 나 자신을 드러냄과 동시에 무대위에 서 있다. 그리고 나도 모를 자극들에 의해 장전되는 신체의 조각들을 기대한다. 거대한 웃음과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2026, 퍼포먼스 04:30:00
출연: 고다연, 배민수
사진: 허세빈
아트: 임도이
전시 연계 텍스트: 정제수, 전란액, 유크림
2026, live performance, 04:30:00
Performer: Go Dayeon, Bae Minsoo
Photography: Heo Sebin
Art: Lim D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