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사랑을 몰라! 영상 속 드라마의 주인공이 소리쳤다. 있잖아, 저게 무슨 말이야? 너는 그러니까 섹스로 사랑을 증명한다는 뜻이야? 너의 사랑은 그렇게 간단하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사랑을 증명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다는 뜻이야? 아니, 난 사랑을 몰라. 옆에 앉아있던 네가 말했다. 그러니까 사랑은 함께 있고 싶다는 뜻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함께 있을 수 없다는 뜻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내 손을 잡아줄 수 없다는 뜻이야? 날 안아줄 수 없다는 뜻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너와 나의 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는 뜻이야? 우리 사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야? 아니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야? 사랑해. 영상 속 드라마의 주인공이 말했다. 아니, 난 사랑하지 않아. 그래도 난 여기 있어. 네 옆에 있어.
내 친구들은 미래에 축하할 일이 많아요. 우리는 미래에 이길 거래요. 그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대요. 그래서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 대요. 그래야 이길 수 있대요. 하지만 저는 게임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요. 영 승부욕이 생기질 않아요. 나와 내 친구들는 그리드 위에 서 있어요. 우리가 서 있는 이 그리드는 때론 체스판도 되고 장기판도 되곤 해요. 나는 내가 서 있는 이 그리드를 벗어나고 싶어요. 이 게임은 나를 위한 게임 같지가 않거든요. 나는 승부욕이 없어요. 그저 이 그리드 한 칸을 빌려 그 안에서 쉬고 싶을뿐이에요. 하지만 내게 허락된 그리드는 없대요. 친구야, 잠깐만 멈춰봐. 그리드 한 칸만 빌려서 나랑 대화 하자. 잠깐만 내 편이 되어주면 안 될까? 우리는 모두 외롭다는데, 왜 나는 나 홀로 절벽 끝에 놓인 기분이지? 그러니까 잠깐만 내 얘기를 들어봐.
문 닫힌 방에서 언니가 울고 있다. 나의 미래가 울고 있다. 미래가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문틈 사이로 미래가 눈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언니 울지마. 나의 미래가 울잖아. 언니야, 그만 울고 나랑 놀자. 미래를 가지고 놀아보자. 나는 말이야, 언니가 물려준 옷은 안 입을래. 그러니까 그만 울고 나랑 놀아.
사람들은 왜 동물들이 말하는 소리를 울음소리라고 하는 걸까? 봐봐. 사람들은 고양이가 말하는 소리를 고양이 ‘우는’ 소리라고 하고, 소가 말하는 소리도 소가 ‘우는’ 소리라고 하잖아. 이상하지 않아? 울음소리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있어. 내가 우는 소리로 너에게 내 마음을 들려줄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나는 가끔 울고 싶을 때 노래를 부르기도 해. 동물들이 말할 때, 사람들은 가끔 노래를 부른다고 하기도 하잖아. 특히 새들이 말할 때, 사람들은 새가 노래한다고 말하고는 해. 내가 우는 소리도 노래처럼 들릴 수는 없을까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새 나는 울기보다 노래를 부르고 있어. 그것이 때로는 마치 곡소리 같기도 해.
내가 죽으면 내 장례식장에서 누구보다 크게 노래를 불러주겠니? 난 네가 노래를 불러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사람이 우는 소리로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줘.
서문. 연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