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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랙을 일상으로! 드랙을 해시태그로!
드랙이란 “남성성 혹은 여성성을 과장하여 꾸미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과장하여 꾸밈으로 인해 젠더를 패러디하게 되고, 젠더규범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의미 없는 것인지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강조한다. 이들 중 일부는 의상을 벗음으로서 옷과 몸의 젠더 규범의 불일치를 드러내기도 한다.
#dailydrag은 드랙 아티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시마가 2019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진 프로젝트로서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드랙 행위를 일상으로 끌어 내린다. 퀴어들의 문화로서 향유되고 있는 드랙을 비퀴어 시스젠더, 이성애자 등 정상규범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입힌다. 비퀴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해 작가와 의논하고, 이를 시각화하여 사진, 영상, 퍼포먼스의 형태로 기록한다. 평소 입지 않는 다른 젠더의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비퀴어들은 옷에 의해, 환경에 의해, 자기 자신에 의해 무언가를 경험하게 된다. 그들은 옷을 입는 행위, 그것을 타인에게 보이는 행위, 그리고 그것이 기록 되어 전시되는 행위를 통해 참여자 자신은 매 순간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젠더를 의심하고 고민하게 된다.
어떤 이는 늦은 밤 하얀색에 잘 다려진 통이 큰 흰색 남성용 정장을 입고 다리를 쩍 벌리고 술을 마시되, 긴 머리와 화장을 유지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의 남성이 되었다. 그에게 남성이란 ‘밤 늦게 눈에 띄는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도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이를 통해 처음으로 느껴보는 해방감이자 동시에 고작 천쪼가리 몇장으로 전유를 시도할 수 있는 영역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물성이 없는 ‘행위’들이 모여서 일상의 무의식에 씨앗이 뿌려지고, 뿌리가 내려 젠더균열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상당히 안전하고, 시스젠더적인 시선으로 퀴어들의 문화인 드랙을 전유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하는 것은 이 프로젝트는 기분, 감정, 안전의 감각, 젠더 권력과 같이 애매모호한 것들에 물성을 부여하며, 어떤 ‘감정의 역사’들을 ‘행동’으로 기록하는 행위이며, 그 자체만으로 균열을 내는 퍼포먼스적 성격을 지닌다.
#해시태그라는 방식을 이 프로젝트가 만들어내는 휘발적이고 느슨한 연대를 전면에 드러낸다. 순식간에 생성되고 사라지는 이미지와 글들을 잇는 해시태그는 마치 하룻밤 급히 생성되었다 온라인에서, 참가자들의 일상에서 사라진- 아니 사라진 듯 해 보이는 젠더에 대한 의문과 같다. 그러나 그 균열은 남고, 연결된 지점들은 지도가 된다.
퀴어를 일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