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들었어? 그 집에 미친 여자가 산대. 미친 여자가 산다고? 응 미친 여자. 그 집에서 하루 종일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던데? 우는 소리? 그래. 우는 소리. 슬픈 일이 있나 본데? 그럼 슬퍼서 미쳤나 보지. 미쳐서 슬프거나. 그런데 여자인지는 어떻게 알았대? 몰라. 사람들이 우는 소리가 여자 같다던데? 여자가 아닐 수도 있지 않나? 야, 그게 중요해? 그럼 안 중요해? 미쳤는데 그게 뭐가 중요해. 야 들어봐봐. 그 여자가 얼마나 무섭게 우는지. 잠깐만, 그런데 그 여자는 왜 우는 거래? 글쎄? 야 들어봐. 그 여자가 얼마나 소름 끼치는지. 아니 그러니까, 그 여자가 우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야! 너는 너무 감상적이야. 왜 자꾸 쓸데없는 걸 물어봐. 그 여자가 얼마나 오래 우냐면 아침에 일어나서 모두 잠들 때까지 운대. 진짜 신기하지 않냐? 너는 그게 신기해? 솔직히 끔찍하지. 그 여자를 만나본 사람은 있대? 어디 무서워서 누가 만날 생각이나 하겠냐. 있잖아, 난 말이야 그게 제일 끔찍해. 


넌 사랑을 몰라! 영상 속 드라마의 주인공이 소리쳤다. 있잖아, 저게 무슨 말이야? 너는 그러니까 섹스로 사랑을 증명한다는 뜻이야? 너의 사랑은 그렇게 간단하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사랑을 증명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다는 뜻이야? 아니, 난 사랑을 몰라. 옆에 앉아있던 네가 말했다. 그러니까 사랑은 함께 있고 싶다는 뜻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함께 있을 수 없다는 뜻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내 손을 잡아줄 수 없다는 뜻이야? 날 안아줄 수 없다는 뜻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너와 나의 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는 뜻이야? 우리 사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야? 아니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야? 사랑해. 영상 속 드라마의 주인공이 말했다. 아니, 난 사랑하지 않아. 그래도 난 여기 있어. 네 옆에 있어.


내 친구들은 미래에 축하할 일이 많아요. 우리는 미래에 이길 거래요. 그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대요. 그래서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 대요. 그래야 이길 수 있대요. 하지만 저는 게임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요. 영 승부욕이 생기질 않아요. 나와 내 친구들는 그리드 위에 서 있어요. 우리가 서 있는 이 그리드는 때론 체스판도 되고 장기판도 되곤 해요. 나는 내가 서 있는 이 그리드를 벗어나고 싶어요. 이 게임은 나를 위한 게임 같지가 않거든요. 나는 승부욕이 없어요. 그저 이 그리드 한 칸을 빌려 그 안에서 쉬고 싶을뿐이에요. 하지만 내게 허락된 그리드는 없대요. 친구야, 잠깐만 멈춰봐. 그리드 한 칸만 빌려서 나랑 대화 하자. 잠깐만 내 편이 되어주면 안 될까? 우리는 모두 외롭다는데, 왜 나는 나 홀로 절벽 끝에 놓인 기분이지? 그러니까 잠깐만 내 얘기를 들어봐.


문 닫힌 방에서 언니가 울고 있다. 나의 미래가 울고 있다. 미래가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문틈 사이로 미래가 눈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언니 울지마. 나의 미래가 울잖아. 언니야, 그만 울고 나랑 놀자. 미래를 가지고 놀아보자. 나는 말이야, 언니가 물려준 옷은 안 입을래. 그러니까 그만 울고 나랑 놀아.  


사람들은 왜 동물들이 말하는 소리를 울음소리라고 하는 걸까? 봐봐. 사람들은 고양이가 말하는 소리를 고양이 ‘우는’ 소리라고 하고, 소가 말하는 소리도 소가 ‘우는’ 소리라고 하잖아. 이상하지 않아? 울음소리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있어. 내가 우는 소리로 너에게 내 마음을 들려줄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나는 가끔 울고 싶을 때 노래를 부르기도 해. 동물들이 말할 때, 사람들은 가끔 노래를 부른다고 하기도 하잖아. 특히 새들이 말할 때, 사람들은 새가 노래한다고 말하고는 해. 내가 우는 소리도 노래처럼 들릴 수는 없을까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새 나는 울기보다 노래를 부르고 있어. 그것이 때로는 마치 곡소리 같기도 해. 


내가 죽으면 내 장례식장에서 누구보다 크게 노래를 불러주겠니? 난 네가 노래를 불러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사람이 우는 소리로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줘.

서문. 연혜원


2024, 소녀a의일기장속슬픔을알지못하는너는장례식에올수없어 girl a’s diary
소녀a

2024, 퍼포먼스 기록 영상, 5:14


8일간의 전시를 통해 일인분에서 수집된 약 25개의 음성 중 30분 가량 을 추출했다. 관람자 30분 동안 불편하게 선 채로 낯선 이들의 통곡과 저주와 고백을 어리둥절하게 듣게된다. 음성이 끝나면 일인분의 방에서 앞이 가려진 이시마가 _아톰보이 ATOMBOY를 가창하며 등장한다. 

문에서 시작되어 이시마의 길이 되 는 긴 노란 천 양 옆으로는 관람자들이 빼곡히 서 있고, 그들은 벽에 박 치기하고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는 이시마를 잡아주고, 길을 알려준다. 그 길 끝에 다다르자 관람객은 천을 들어올린다. 그 천을 몸으로 찢고 지나온 길을 다시 걷는다.

어떤 키 큰 관람자에 의해 천은 이시마의 턱끝까지 올라오고, 노래를 울 부짖으며 목으로 단단한 천을 찢어 나간다. 관람자들은 그가 나아갈 수 있도록 천을 있는 힘껏 자신에게로 끌어당긴다. 그렇게 몸으로, 목으로, 가슴으로 찢어 끝에 다다르고, 다시 이시마는 일인분으로 돌아간다.

associated sound  _아톰보이ATOMBOY  associated work  ‘for one person’
girl a

2024, performance video, 5:14

Over eight days of the exhibition, approximately 30 minutes of audio were extracted from 25 recorded voices collected in for one person. For 30 minutes, visitors stand uncomfortably, bewildered as they listen to the wails, curses, and confessions of strangers.

When the audio ends, leesima appears, blindfolded, singing _아톰보이ATOMBOY. From the doorway, a long yellow fabric stretches, forming leesima’s path. Visitors stand densely on either side, witnessing as leesima collides into walls, stumbles over thresholds, and falls—only to be caught, guided forward. Upon reaching the end of the path, the visitors lift the fabric.

leesima tears through it with their body and retraces their steps.

As a tall visitor lifts the fabric higher, it reaches leesima’s chin. Singing through the strain, they rip through the fabric with their throat. The visitors pull the fabric toward themselves with all their strength, carving a way forward. With body, voice, and chest pressing onward, leesima reaches the end—only to return, once again, to for one per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