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非춘》
이시마 X 정설향 2인전
2022.11.02- 12.30
11:00~22:00
대림창고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이로 78)
청춘의 단위는 시간이다.
얼마나 푸르른가, 얼마나 원대한가 따위 계량되지 아니하고 그저 첫 숨으로부터 얼만큼의 시간이 지났는가만이 중요하다. 마치 모두가 한번쯤은 반드시 상쾌하고 치열하게, 그러나 아름답고 고고하게 살아야 하는 것 처럼 그 ‘청춘’의 시간이 다가오면 우리는 반드시 ‘청춘’해야 한다. 그러나 AbMC (애브젝트 머신 크라우드)의 이시마, 정설향은 강요된 청춘에 굴복하지 않고 한 발자국 벗어나 초연하게 스스로를 가늠해보는 사람과 순간을 그린다.
《아닐非춘》은 청춘의 테두리에 존재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가득참과 비워냄에 대한 노래다. 웃지 않은 채 다가오는 시간을 맞이하는 이들의 움직임이다. 공허한, 텅 빈 공간을 채우지 않는 욕심에 대한 책이다. ‘채울’ 욕심이 아닌 ‘비울’ 욕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업은 시각적으로도, 관념적으로도 우리를 비어있는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흘러간다, 즉 void(비어있는, 무효한) 개념에 가깝다. 행위의 유무와 무관하게 이는 존재하고, 무엇으로도 채울 수 있고 무엇으로도 채우지 않을 수 있다. 굳이 청춘이라는 시간에 금테를 두르지 않은 채 헐렁한 발자국만을 남긴다. 이는 청춘’인’것과 ‘이지 아니한’ 것의 구분을 혼란스럽게 하며 본질의 허구성을 폭로한다. 그래서 결국 청춘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아니한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한다.
인물 사진을 작업한 이시마는 바깥의 결을 섬세하게 구분해서 그려낸다. 그는 포토그래퍼, 사운드 아티스트, 퍼포머, 영상작가로서 다양한 매체를 직접 다루며 동시대의 가장 민감한 사회적 이슈들을 중심으로 작업세계를 구축한다. 안에서 밖을 보는 것도 아니고, 밖에서 안을 보는 것도 아닌 밖에서 밖을 바라보며 다양한 ‘밖’의 결과 빛깔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에 집중한다. 차별적인 성명학의 역사를 다룬 작업 《이름생존자 (2019)》, 퀴어니스와 공포영화를 다룬 작업 《28J3JCHF-P6 (2020)》을 거쳐 폭력의 생존자들의 복수를 다룬 개인전 《가을놀이 (2022, 탈영역우정국)》 까지- 그의 작업은 공포라는 감정이 가져오는 전복의 가능성을 살핀다.
풍경 사진을 작업한 정설향은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퀴어, 페미니즘을 포함하는 소수자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상, 프린트, 퍼포먼스 등의 매체를 통해 소속되고 싶지만 소속되지 않는 그 오묘한 경계의 아이러니를 표현하고자 한다. 현재 작가 콜렉티브 '애브젝트 머신 크라우드(AbMC)'의 배우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고, 주요 전시로는 《PAN ASIA 2021 (2021, 가든 송자 스페이스 소파)》, 《커밍아웃이 재밌어 질 때도 되었지 (2022, 더클로짓)》이 있다.